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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포럼 2019」 기조연설

작성자
경기지기
작성일
2019-09-19 11:12
조회
372



DMZ 포럼 2019 기조연설


평화가 답이다. 평화가 길이다.








반갑습니다.
경기도지사 이재명입니다.
오늘 DMZ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특히 자신의 모든 삶과 행동으로
평화와 자유를 위해 헌신해 오신
판티 킴푹 여사님, 그리고 글로리아 스타이넘 여사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두 분의 삶이
전쟁과 갈등, 차별과 경계를 뛰어넘어
감동 그 자체가 된 것처럼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는 DMZ도
분단과 전쟁을 뛰어넘어 평화와 번영의 상징
그 자체가 되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1,350만 도민여러분,
평화를 지향하는 국내외 귀빈 여러분!

경기도는 분단과 대결의 역사를 끝내고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나라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그 길은 멀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인간성을 지키는 길입니다.
지난 역사는 전쟁과 갈등이
어떻게 인간성을 파괴하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멀게는 제1,2차 세계대전부터
6.25전쟁, 베트남전쟁에서 우리는 무수한 학살과 강제동원,
전쟁범죄와 같은 인간성 상실을 확인했습니다.
가깝게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과 갈등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헤매는 난민의 행렬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분단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우리에게도
아픔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중무장지대가 되어버린 DMZ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습니다.
여름철 장마에 유실된 지뢰는
우리 군인들뿐만 아니라 도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DMZ라는 거대한 경계는 우리의 숨통을 죄여왔습니다.
접경지역의 주민들은 지금도 안보를 이유로 희생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는 늘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DMZ는 우리의 상상력과 인식의 지평을 가두는 장벽이기도 합니다.
삼면은 바다에, 한 면은 DMZ에 막혀 있는
섬나라 대한민국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K-POP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세계화되고 잘 사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은
‘반쪽짜리 반도국가 섬나라’라는 현실입니다.
이 사실이 우리가 처한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되고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이어진 일련의 노력들은
분단과 갈등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한반도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유례없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렸습니다.
온 국민이 그 장면을 기대와 희망 속에 지켜보았습니다.
지난 6월 30일에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 만나는
꿈같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우리가 바라는 만큼 대화의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답답함이 들 수도 있고,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긴 역사의 안목에서 본다면 남북관계는 보다 성숙해졌고
평화와 번영의 기초는 보다 튼튼해졌습니다.
작년 오늘 남북의 정상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위험 제거 ▲민족경제 균형발전 ▲이산가족 상봉
▲다양한 분야의 교류협력 강화 ▲비핵화 협력 등을 약속했습니다.
특히 양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의 군 수뇌부가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서명·교환하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DMZ에서 포성이 멎었습니다.
군사분계선 일대 각 5km 구간에서
양측의 군사기동훈련이 중단되었습니다.
DMZ의 비무장화 조치, DMZ 내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도
시범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어려움은 여전하지만
남북은 군사 분야에서 평화를 뒷받침하는 보장대책을 합의하고
상당 부분 이행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함께 가야할 방향과 이정표를 정해두었다는 점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정표와 방향을 모르고 멈추어 있다면
단순한 정지에 불과하겠지만,
이정표와 방향을 알고 있다면
잠시 쉬어가는 여정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DMZ포럼은 바로 그런 자리입니다.
DMZ포럼이 우리가 가는 길의 이정표와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경기도는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경기도형 남북교류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도민이 참여하고 혜택 받는 남북교류입니다.

오늘 DMZ포럼은
DMZ페스타, Live DMZ, ART DMZ와 함께 열리는
경기도의 Let's DMZ 행사의 한 부분입니다.
경기도민, 그리고 평화를 바라는 모든 분들이
포럼은 물론이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축제, 예술전시 같은
Let's DMZ 행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작년 11월, 이곳 고양시에서
경기도민들과 국내외 각계 인사, 북측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열었습니다.
비록 오늘 이 자리에 북녘 동포들이 함께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DMZ에서 남북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즐거움을 누리는
겨레의 잔치마당이 열릴 거라 기대합니다.
둘째, 중앙정부와 상생하는 남북교류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남북 정상이 작년 9월 9일 발표했던
서해경제공동특구 건설 구상은
경기도가 추진 중인 통일경제특구 건설과 맞물려
경기도의 핵심 사업이 될 것입니다.
서해경제공동특구는
경기도의 김포시, 파주시를 비롯한 북부지역 일대, 인천의 강화군,
북한의 개성시, 개풍군, 연안군, 강령군, 해주시 등을 포함합니다.
DMZ라는 제한된 지리적 범위를 넘어서
남북한 접경지역 전반을
남북협력의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접목된다면,
서해경제공동특구는 개성공단 모델을 뛰어 넘는
남북한 경제통합과 사회통합의 모범적인 모델이 될 것입니다.
경기북부는 남북 평화경제교류의 중심으로서
각종 물류, 경제 및 산업,
대북 협력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을 잇는 도로·철도와 공항·항만 등
인프라 정비, 남북 경제협력에 필요한 산업부문 및 인력 육성,
관련 도시·산업공간의 정비, 남북 협력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 및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경기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중앙정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경기도는 정부의 DMZ 거버넌스 구축 노력에
언제나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각 부처와 지자체, 민간단체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DMZ 관련 정책과 사업을 통합적으로 조율해나갈
컨트롤타워를 구성한다면 경기도는 적극 협력하며
DMZ 평화지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셋째,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남북교류를 준비하겠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에 DMZ는
세계적인 평화의 명소로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작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산책은
전 세계인에게 평화의 깊은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올해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전 세계에 또 다른 놀라움과 희망을 주었습니다.
7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DMZ 생태계는 자연의 보고이자
판문점과 각종 역사유적이 함께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경기도는 이 점을 적극 활용하여 남북공동으로
DMZ를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남북이 함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아우르는
인류의 복합유산으로서의 DMZ를
세계에 재인식시킬 수 있다면
DMZ는 세계적인 평화의 명소로 거듭날 것입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를 누리며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 수가 있습니다.
남북이 지금보다 더 가까이 함께 하고,
신뢰를 쌓고 평화의 길로 나아간다면
오늘보다 나은 한반도를 분명 만들 수 있습니다.
서해경제공동특구와 통일경제특구,
경기도에서 개성과 평양을 연결하는
평화경제권이 가시화되고
산업과 물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한반도는 새로운 도약과 전환의 계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경기도는 새로운 한반도의 중심지로서
평화경제의 심장이자 유라시아로 향하는
동북아 철도공동체의 출발지가 될 수 있습니다.
남북이 만나고 한반도가 연결된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 민족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태평양과 유라시아의 연결이라는
인류 문명사적 의미를 갖는 일입니다.
물리적으로 단절되어 있던
태평양과 유라시아가 연결된다면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지각변동과 대전환이 일어날 것입니다.
당장, 한중일 삼국은
경제협력을 발판으로
새로운 평화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동북3성과 산둥반도,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열도가
철도와 해운, 항공, 물류로 연결되면
그 자체로 인구 4억 명 이상의
새로운 경제권이 형성됩니다.
한중일이 아시아 패러독스를 벗어나
경제교역의 상호의존을 넘어
정치와 문화면에서도 더욱 긴밀히 협력할 수만 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습니다.
경기도 광명의 소하리 공장에서 생산된 승합차를 타고
중국을 넘어 중앙아시아와 유럽 대륙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
경기도의 대학생이 한중일 대학 간 공동학점 프로그램에 따라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대학생활을 해나가는 일,
중국과 일본, 북녘의 친구들을 DMZ에 초청하여
함께 평화둘레길을 걷는 일.
지금은 상상일지라도
2040년, 2050년 DMZ포럼이 열릴 때에는
이미 이것이 현실이 되고,
오늘 우리의 상상은 과거의 아이디어와
역사 기록으로 남아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길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앞선 이의 발걸음을 따라
더 많은 이들이 함께 갈 때
길은 뚜렷해지고 넓어지고 탄탄해집니다.
누가 대신 해주지 않습니다.
나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듯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합니다.
지정학적 운명과 분단의 현실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주저하거나 마다하지 않고,
그 길을 가는 것이
경기도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어느 시인이 DMZ를 두고 이렇게 읊었습니다.
“마음 없는 새들이 유유히 넘어가고,
이념 없는 꽃들이 씨를 날려 보내는데,
살아서는 못 가는 고향이 있다.”
사람은 살아서는 넘지 못하고
새와 꽃씨만이 넘을 수 있는 벽이라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 벽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 벽을 허물고 경계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로 가는 길을
내야 할 때입니다.
오늘보다 나은 한반도,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신다면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9월 19일

경기도지사  이재명